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3월 한 달간 10차례의 릴레이 양자 회담을 마무리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 70% 차단 위기에 맞서 역대 최대 규모인 2,246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고 UAE로부터 2,400만 배럴의 원유를 긴급 도입한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한 전방위 릴레이 회담의 종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갈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수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유럽연합(EU), 필리핀 등 주요국 자원 담당 장관들과의 연쇄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산업통상부는 23일, 김 장관이 지난 3월 초부터 총 10회에 걸쳐 원유 및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발표했다. 이번 릴레이 회담은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11일 UAE, 20일 카타르 및 EU, 그리고 23일 필리핀까지 이어지는 긴박한 일정 속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장관회의(IPEM)를 기점으로 미국 및 일본과 별도의 양자 회담을 가진 점은 국제적인 공조 체계를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김 장관은 각국 장관들에게 한국의 원유 수입량 중 약 70%가 분쟁 지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지리적 취약성을 역설하며, 한국의 수급 불안이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망 전반에 미칠 연쇄적인 악영향을 경고하고 협력을 요청했다.
우회 경로 확보를 통한 수급 안정화 전략
정부는 현재 가장 큰 위협 요소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비해 물리적 우회 경로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실제 지난 2월 28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단 한 척도 없는 장기 봉쇄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임계점에 도달한 상태다. 이에 김 장관은 국내 원유 수입 1위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3위국인 UAE에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물류망 지원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우디의 얀부항과 UAE의 푸자이라항을 통해 원유를 선적하고 확보할 수 있도록 행정적·물리적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UAE 측과는 긴급 원유 도입에 합의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정부는 UAE로부터 긴급 도입하기로 확정한 원유 2,400만 배럴이 오는 3월 말부터 국내에 순차적으로 입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호르무즈 봉쇄로 인해 발생한 공급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핵심적인 물량으로 평가받는다. 카타르 측에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의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과의 장기 도입 계약을 차질 없이 이행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카타르에너지가 주요 시설 피격으로 수년간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기존 계약의 우선적 이행을 통해 천연가스 수급 불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국제 공조 기반의 비축유 방출과 안보 경보 격상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위기를 국가 안보 차원의 중대 사안으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 18일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 단계를 기존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며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김 장관은 유럽연합(EU) 측에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공동 비축유 방출 결정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한국 역시 이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246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할 준비를 마쳤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국내 정유 업계의 원료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김 장관은 "한국은 글로벌 석유 및 자원 가치 사슬의 핵심 국가로서 주요국들과의 양자 및 다자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에너지 주권 수호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추가적인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김 장관의 전방위 에너지 외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 구축으로 풀이된다. 주요 산유국과의 견고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확보한 우회 경로와 긴급 물량은 당분간 국내 에너지 수급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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