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봉쇄 조치가 자칫 이란을 자극해 또 다른 핵심 해상 항로인 홍해까지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 "호르무즈 막히자 바브엘만데브 위협"… 사우디의 딜레마
아랍권 당국자들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국의 봉쇄 작전이 이란의 경제를 압박하려는 의도지만, 이란이 이에 맞서 홍해의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폐쇄하는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브엘만데브는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을 대신해 원유를 수출하는 핵심 통로다.
미국은 이란이 전쟁 초기 선박들을 공격해 하루 약 1,300만 배럴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고 국제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게 만들자, 이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개방하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사우디의 이번 반발은 미국의 이러한 군사적 압박이 가진 위험성과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의 강행군과 백악관의 입장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협상과 폭격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지 않자, 월요일부터 이란 항구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란이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을 협박하지 못하도록 걸프 지역 동맹국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의 생각은 다르다. 사우디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사막을 가로지르는 송유관을 통해 홍해로 원유를 운반, 전쟁 전 수준인 하루 700만 배럴의 수출량을 회복했다.
만약 홍해의 출구인 바브엘만데브까지 막힌다면 사우디의 생명선은 완전히 끊기게 된다.
▲ 이란의 대리인 후티 반군, 홍해 봉쇄의 '예비 카드'
이란의 우방인 예멘의 후티 반군은 바브엘만데브 인근의 긴 해안선을 통제하며 가자지구 전쟁 당시 이미 해상로를 심각하게 교란한 바 있다.
아랍 당국자들은 이란이 현재 후티 측에 다시 한번 이 해협을 폐쇄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 아메리카 재단의 예멘 전문가 아담 바론은 "이란이 바브엘만데브를 폐쇄하고자 한다면 후티는 가장 확실한 파트너"라며 "그들은 이미 가자 갈등 당시 그럴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고 분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밀접한 타스님 통신 역시 미국의 봉쇄가 지속될 경우 홍해의 관문을 닫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 걸프국의 공포,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
걸프 국가들은 이번 전쟁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장악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군사적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 또한 경계하고 있다.
사우디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미국에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하며 중재에 발 벗고 나선 이유다.
지역 당국자들은 양측이 겉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중재자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으며 서로 유연성만 보여준다면 언제든 대화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 중 하나인 '눈물의 문' 바브엘만데브가 다시 닫히는 시나리오는 글로벌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단 한 번의 신호로 에너지 흐름 차단 가능"
이란 지도부의 경고는 구체적이다.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외교 고문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은 바브엘만데브를 호르무즈와 동일하게 간주한다"며 "백악관이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단 한 번의 신호로 글로벌 에너지와 무역 흐름이 중단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우디는 후티로부터 사우디 선박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상황은 유동적이다.
이란의 압박이 거세지면 후티가 더 공격적으로 분쟁에 개입하거나 통행료를 징수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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