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경쟁이 군사·안보 위기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식 대화 채널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패권 경쟁이 사실상 ‘디지털 시대의 군비 경쟁’으로 확산되면서, 양국 모두 통제 불가능한 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각)복수의 관계자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정부는 AI 관련 공식 협의체 출범 가능성을 논의 중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주 베이징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가운데, AI 문제가 핵심 의제로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중 AI 공식 협의가 된다.
이는 양국이 경쟁 자체는 지속하더라도, AI 기술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 “AI 군비경쟁 위험”…자율무기·오픈소스 악용 우려
양국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AI의 군사화와 예측 불가능성이다.
논의 대상에는 예상치 못한 AI 모델 오작동, 자율 무기체계, 비국가 행위자의 오픈소스 AI 악용 문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단순 산업 경쟁을 넘어 안보 위협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과 중국 모두 AI 기반 군사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사이버 공격과 정보전에서도 AI 활용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핵무기 시대 냉전 구도와 유사하게, AI 역시 ‘억제와 관리’ 개념이 필요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재무장관 주도…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변수로
현재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AI 협상 라인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에서는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이 워싱턴과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종적으로 AI 논의가 정상회담 공식 의제가 될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판단에 달려 있다.
중국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중국은 AI 위험 완화와 관련한 소통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중 양국이 AI 기술 패권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동시에 시스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핫라인 만들어도 중국이 받을까”…신뢰 부족 여전
다만 실질적인 위기관리 체계 구축 가능성에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 간 AI 핫라인 구축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실제 위기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을 맡았던 러시 도시 조지타운대 교수는 “문제는 핫라인 존재 여부가 아니라 중국이 실제 사용할 의지가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1년 미군 정찰기 EP-3 충돌 사건과 2023년 중국 정찰풍선 사태 당시 중국 측이 미국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기존 위기관리 채널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분야에서도 양국 간 전략적 불신이 여전히 깊다는 점을 보여준다.
▲ 바이든 정부도 추진했지만 한계…“기술 전문가 빠졌다”
미·중 AI 대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3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캘리포니아 정상회담에서 공식 AI 대화를 출범시켰다.
당시 핵심 목표는 정기 협의체 구축과 함께 AI를 핵무기 지휘통제 시스템과 연결하지 않는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양국은 이후 “핵 발사 결정 권한은 인간이 유지한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러시 도시는 당시 중국이 외교부 중심 대표단을 구성하면서 기술적 논의 깊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진지했다면 과학기술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 AI, 무역·산업·안보 모두 흔든다…“새 냉전 운영체제”
전문가들은 AI가 이제 단순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질서 자체를 바꾸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애스펀전략그룹의 안야 마누엘 사무총장은 “AI는 글로벌 상거래의 운영체제(OS)가 되고 있다”며 “중국과 무역을 논하면서 AI를 제외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향후 신약 개발, 소프트웨어 코딩, 물류 운송, 공장 운영 등 산업 전반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현재 미·중 경쟁은 단순 반도체와 AI 모델 경쟁을 넘어, 글로벌 산업 운영 규칙 자체를 둘러싼 패권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 “목표는 동맹 아닌 안정”…냉전식 공존 모색
양국 내부에서는 최근 AI 전략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점차 냉전식 접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상대를 완전히 신뢰하거나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시스템 붕괴 위험만큼은 함께 관리하자는 방향이다.
무역 전문가 마이런 브릴리언트는 중국 측 인사들과의 최근 접촉 내용을 소개하며 “중국은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충격과 사이버 오남용 방지를 위한 안전 규범 논의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목표는 일치(alignment)가 아니라 안정(stability)”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소 냉전 당시 핵무기 관리 체계처럼, 향후 AI 분야에서도 경쟁과 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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