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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도 평화도 아닌 ’ 교착 상태

장선희 기자

미국과 이란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핵 문제와 안보 갈등을 둘러싸고 외교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양국은 군사 충돌을 원치 않으면서도 핵심 요구에서는 물러서지 않고 있어, 현재 상황은 전쟁도 평화도 아닌 회색지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전은 현재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산발적인 충돌은 이어지고 있지만 휴전 기간은 이미 이전 무력 충돌 기간에 근접하고 있다. 양측 모두 다시 전면전을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타협할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 트럼프 “휴전 생명 유지 상태”…압박 지속 시사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휴전이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라고 경고하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 목표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내가 갈등에 지치거나 에너지 가격 상승 압박 때문에 협상을 서두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은 압박받고 있지 않다. 우리는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은 정권 유지와 미사일·핵 프로그램 보존을 근거로 자신들이 사실상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어떠한 공격에도 정당한 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봉쇄 대치’

양국은 군사 충돌 대신 경제·해상 봉쇄 수위를 높이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항만과 선박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고, 이란은 세계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대치는 어느 한쪽이 먼저 양보하지 않는 한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미국 중동정책 담당 출신인 앨리슨 마이너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은 “현재 남아 있는 선택지는 대부분 좋지 않은 선택뿐”이라며 “미국이 신속한 상황 종료를 원한다면 핵심 목표 일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협상 기대감 약화…핵·해협 문제 평행선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미국과 이란이 장기 평화 체제의 틀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는 다시 양측 간 입장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식과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수준을 두고 의견 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말로니 부소장은 “미국이 이란으로부터 핵 프로그램에 대한 대폭 양보와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 이란 “핵 문제보다 제재 완화 우선”

최근 이란이 제시한 협상안은 미국 요구에 대한 유연성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란은 전쟁 종결 조건이 먼저 이행돼야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기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미국의 봉쇄 해제는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해협 통행 규칙을 자국과 중동 지역 국가들이 공동으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쟁 배상 명목의 통행료 부과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또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완전히 종식돼야 전쟁 종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 미국 군사 압박 한계 드러났다는 평가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라즈 짐트 연구원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는 데 실패하면서 이란의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갈 생각이 없으며, 장기적 경제·안보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전쟁 과정에서 이란 지도부와 방산 기반, 해군 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지만, 핵 프로그램 포기나 탄도미사일 중단 같은 전략적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UPI/연합뉴스 제공]

▲ 미국 내부서도 엇갈린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이 이란과의 외교 교착 해소에 역할을 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란산 에너지의 최대 구매국으로, 테헤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는 대응 방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강경 공화당 인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상선 보호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을 재개하거나 군사 행동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해외 군사 개입에 회의적인 공화당 인사들은 경제 불안과 지지율 하락을 이유로 조속한 종전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중동 우방국들 역시 미국에 갈등 재확산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장기 교착 국면 이어질 가능성

백악관은 이란 경제가 사실상 붕괴 직전에 있으며 미국의 봉쇄 조치가 강력한 협상 지렛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한 채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말로니 부소장은 “워싱턴과 테헤란 모두 전쟁에서 얻지 못한 최대 목표를 협상 테이블에서 얻어내려 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현재의 불안정한 교착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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