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자국이 설정한 해상 규정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중국 관련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전격 허용하며 해상 통제권을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시점에 맞춰 단행된 고도의 외교적 포석으로, 중동 내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해협 내 주권적 권한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에너지 안보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에서 이란의 통항 규정이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국제 해상 물류 질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중국 관련 선박에 대해 자국 규정 준수를 전제로 통항을 재개시킨 것은 단순한 물류 허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당국의 결정에 따라 13일 밤부터 일부 중국 선박이 해협을 통항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정한 특정 규정을 중국 측이 수용함으로써 성사된 결과이며,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의 실질적 지배력이 이란에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중국 선박의 이번 통항은 양국 간의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십과 고위급 외교 채널의 가동이 뒷받침된 결과물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주이란 중국 대사의 외교적 노력이 이번 통항 재개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이 요청한 선박들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관리 규정에 동의하면서 양국 간의 경제적 실리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 마련되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을 인용하여 13일 밤부터 이란의 허가를 받은 선박 30여 척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통과한 선박 전체가 중국 관련 배인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란이 허가제를 통해 해협 통항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하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권이 자국의 주권적 권한에 달려 있다는 주장을 행동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가 단행된 시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날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정교한 정치적 계산이 엿보인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란은 우방국인 중국에 '상당한 호의'를 베푸는 형식을 취했다. 이를 통해 이란은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인 중동 전쟁 문제에서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유도하는 지렛대를 확보하게 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란의 이번 결정을 두고 "미국의 대이란 압박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라는 우군을 활용해 해상 봉쇄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중국 선박의 통항 허용을 통해 자국 중심의 해상 질서를 구축하고, 미국의 항행의 자유 원칙에 맞서는 명분을 쌓고 있다. 이는 중동 지역 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에 균열을 내고 중국의 중재자 역할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강조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규칙'에 중국이 동의했다는 사실은 향후 다른 국가 선박들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강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란은 이번 사례를 통해 해협 통항이 국제법적 관례보다 자국의 국내법적 규제와 허가에 우선한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이는 글로벌 해운 업계에 이란과의 관계 설정이 통항 안전을 담보하는 필수 요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이러한 행보가 국제 유가 및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란이 중국 선박에 한해 통로를 열어준 것은 에너지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진단했다. 특정 국가에만 선별적 통항권을 부여하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해상 보험료 인상과 물류 비용 상승을 초래하여 시장 질서를 교란할 위험이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란의 이러한 조치가 국제법상 보장된 '무해통항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국제 수로로서 모든 국가에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란의 규정 강요를 불법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대립은 해협 내 군사적 긴장감을 다시 고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중국 선박의 특혜적 통항이 오히려 국제적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향후 시장은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와 이란의 추가적인 통항 허가 범위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중국 외의 국가들에게도 유사한 규정 준수를 요구하며 통항을 허용할지, 아니면 중국만을 전략적 예외로 둘지에 따라 중동의 지정학적 구도는 재편될 것이다. 기업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 변화를 상수로 두고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 전략을 재점검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했다.
결국 이란의 중국 선박 통항 허용은 경제적 실리와 주권 수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고도의 포석이다. 중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고, 이란은 자국 중심의 해상 규제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양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에 공동 대응하는 형국을 취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중동 내 세력 균형을 이동시키며 글로벌 정세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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