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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빅테크 규제 강화… 공공 조달서 배제 검토

장선희 기자

유럽연합(EU)이 국가 핵심 사업에 참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2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EU는 금융, 에너지, 의료 등 국가 전략 분야의 클라우드 사업 입찰에서 데이터 주권과 유럽산 기술 활용 여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일부 공공사업에서 사실상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기술주권 확보 위한 '클라우드·AI 개발법'

이번 방안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다.

EU는 최근 수년간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술주권(Tech Sovereignty)' 전략을 적극 추진해 왔다.

EU 기술 담당 집행위원인 헤나 비르쿠넨(Henna Virkkunen)은 이번 주 관련 정책 패키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유럽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 클라우드법이 촉발한 데이터 주권 논란

EU가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클라우드법(Cloud Act)'이다.

이 법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 저장한 데이터라 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법적 절차를 통해 접근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금융·의료·에너지와 같은 민감한 분야의 데이터가 미국 법률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이번 정책은 단순한 산업 보호 차원을 넘어 데이터 통제권과 국가 안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 가격보다 '유럽산 기술' 우선 평가

EU가 검토 중인 방안의 특징은 가격 경쟁력보다 기술 주권 요소를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초안에는 공공 입찰 과정에서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비가격 기준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유럽 내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용 여부, 데이터 보호 수준, 제3국 정부의 데이터 접근 가능성, 자국 시장 개방성 등이 평가 항목으로 제시됐다.

사실상 미국 기업들보다 유럽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빅테크 규제 둘러싼 미·EU 갈등 확대 가능성

EU의 이번 정책은 미국 정부와의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EU의 빅테크 규제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유럽이 자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

이번 클라우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대서양을 사이에 둔 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데이터센터 구축도 전폭 지원

EU는 클라우드 산업 육성과 함께 데이터센터 확충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초안에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유럽산 반도체를 사용하거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전력망 우선 접속과 네트워크 사용료 감면 등의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전략 자산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럽연합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반도체 지원 확대도 병행

EU는 최근 추진 중인 '칩스법 2.0(Chips Act 2.0)'을 통해 전략 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반도체 제조뿐 아니라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까지 국가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 중국의 국가 주도형 AI 육성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식 산업 전략으로 평가된다.

▲ AWS·마이크로소프트·구글의 대응 전략

현재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럽의 데이터 주권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 전략을 마련해 왔다.

AWS는 올해 유럽 내에서만 운영되는 독립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랑스 캡제미니와 오렌지가 소유한 '블루(Bleu)', SAP 계열사와 협력한 '델로스 클라우드(Delos Cloud)' 등을 통해 현지 통제 구조를 구축했다.

구글 역시 프랑스 방산기업 탈레스가 통제하는 S3NS와 OVH클라우드와의 협력을 통해 민감한 공공 프로젝트 참여 자격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 AI 시대 새로운 패권 경쟁은 '데이터 주권'

전문가들은 이번 EU 정책이 단순한 클라우드 규제가 아니라 AI 시대의 새로운 산업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한다.

과거 기술 경쟁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누가 통제하느냐가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데이터 주권 확보를 통해 미국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AI 생태계를 육성하려 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은 유럽 시장 방어를 위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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