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텃밭 경남서 체면 구긴 국민의힘과 자만심에 무너진 민주당의 동반 패배

이겨례 기자
텃밭 경남서 체면 구긴 국민의힘과 자만심에 무너진 민주당의 동반 패배
©연합뉴스

 

제9회 지방선거 경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0석을 확보하며 수치상 우위를 점했으나 공천 난맥으로 인한 무소속 강세에 밀려 사실상 실익 없는 승리를 거뒀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4석 확보에 그치며 목표했던 '어게인 2018' 달성에 실패해 낙동강 벨트 사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소속 후보들은 국힘 탈당파를 중심으로 4곳을 휩쓸며 거대 양당의 공천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경남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는 거대 양당 모두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긴 성적표로 요약된다. 국민의힘은 경남 18개 시·군 중 창원을 포함해 총 10곳에서 승리하며 외형적인 승기를 잡았으나, 내용 면에서는 보수 텃밭에서의 지배력이 현저히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해, 거제, 통영, 남해 등 4곳을 차지하며 직전 선거의 참패를 일부 만회했으나, 당초 목표로 내걸었던 2018년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4개 지역인 진주, 의령, 거창, 합천에서는 국민의힘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며 정당 공천 시스템의 한계를 노출했다.

국민의힘이 거둔 10석이라는 성적은 역대 선거 전적과 비교했을 때 보수 정당의 위기 상황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2010년 이후 지방선거 흐름을 분석하면, 국민의힘이 경남에서 10석에 그친 것은 보수 진영의 기록적인 참패로 기록된 2018년 선거와 동일한 수준이다. 선거 때마다 경남 전역에서의 압승을 공언해 온 국민의힘 입장에서 전체 의석의 약 55퍼센트만을 확보한 이번 결과는 사실상 상처투성이 승리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는 지역 내 보수 지지층이 정당의 일방적인 공천 결정보다는 인물 중심의 실리를 선택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이로 인한 당내 분열은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을 불러오는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다. 진주와 의령, 합천에서는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공천한 후보가 낙선하고,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직 당원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는 정당의 공천권 행사가 지역 민심과 괴리되었을 때 유권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심판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거창의 경우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이라는 사법적 리스크가 불거지자 국민의힘이 무공천 지역으로 확정하며 사실상 의석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 결과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며 사실상 전략적 패배를 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직전 지방선거에서 단 1석만을 확보했던 것과 비교하면 의석수를 4석으로 늘리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선거 전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쳤다. 2018년과 마찬가지로 국정 운영의 전환기에 치러진 선거라는 유리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창원과 양산 등 핵심 전략 지역을 놓친 점은 뼈아프다. 특히 낙동강 벨트의 핵심 거점인 양산을 국민의힘에 내준 것은 향후 지역 정치 지형 변화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남의 수부 도시인 창원에서의 패배와 남해에서의 신승은 민주당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재선 현역 단체장이 버티고 있던 남해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단 131표 차이, 0.47퍼센트포인트라는 미세한 격차로 간신히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는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던 곳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내세운 어게인 2018이라는 구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보다 현역 단체장과 정당의 성과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며 경남의 주도권을 유지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민주당이 4석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으나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등 전반적인 선거 지형에서 보수 색채가 여전히 강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소속 당선인 4명이 모두 국민의힘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수 진영 내의 분열이 가속화될 경우 향후 정치 일정에서 국민의힘의 결속력은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기계적 중립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선거는 특정 정당의 승리보다는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경고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정당 정치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한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경남 기초단체장 선거를 보면 사실상 국민의힘도 지고, 민주당도 졌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어 "국민의힘은 공천 문제 때문에 당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탈당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민주당은 2018년의 흐름이 재현될 것이라는 자만감에 빠져 유권자의 변화된 요구를 읽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평가는 양당이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함을 시사한다.

향후 경남 지역 정치는 당선된 무소속 후보들의 복당 여부와 양당의 공천 시스템 혁신 논의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무소속 당선인들이 지역 내 확고한 기반을 증명한 만큼 국민의힘은 이들의 복당을 두고 내부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낙동강 벨트의 균열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지역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특히 중도층 소구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정당의 이름표만으로는 더 이상 경남 지역 유권자들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담보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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