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84세 주부, 하늘을 날다… 브래드퍼드展, 서울서 '꿈' 펼쳐

고진아 기자

평범한 주부에서 국제적 예술가로 극적인 비상을 이뤄낸 84세 캐서린 브래드퍼드(Katherine Bradford)의 이야기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개인전 '리빙 어 드림'(Living a Dream)을 통해 국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동시대 미국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브래드퍼드는 1942년 뉴욕에서 태어나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현실의 중력을 거스르는 '하늘을 나는 인물'을 그려왔다.

브래드퍼드의 삶은 1979년 이혼 후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그는 두 자녀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로 이주하며 뒤늦게 예술가의 길에 들어섰다. 40대 중반에 뉴욕주립대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불굴의 열정으로 예술적 기반을 다졌다. 이는 그의 예술 세계가 단순히 기술적 숙련을 넘어선 깊은 삶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1999년 작품 '플라잉 우먼'(Flying Woman)을 발표하며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을 유영하는 인물을 상징 이미지로 구축,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2001년 포틀랜드 미술관 비엔날레를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이후 권위 있는 상들을 휩쓸며 그 예술적 위상을 확고히 했다. 구겐하임 펠로우십(2011), 조안 미첼 파운데이션 펠로우십(2012), 래퍼포트상(2021) 등을 수상했으며,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상도 두 차례(2005, 2011) 받았다. 2022년 포틀랜드 미술관에서 첫 회고전을 열었을 때, 미국 언론은 그를 「뒤늦게 인정받은 미국 회화의 중요한 작가」로 조명하며 그의 극적인 서사를 부각했다.

84세 주부, 하늘을 날다… 브래드퍼드展, 서울서 '꿈' 펼쳐
[사진=연합뉴스]

현재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최 중인 '리빙 어 드림' 전시에서는 신작을 중심으로 회화 20여 점을 선보이며 브래드퍼드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주요 전시작인 '러너웨이 와이프 오버 허 하우스'(Runnerway Wife Over Her House)와 '스윔 그룹 골드 선'(Swim Group Gold Sun) 등에서는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유영하는 인물들을 통해 비현실적이고 우주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게 하여 존재의 불안정성과 인간 내면의 감정적 여백을 심도 있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와 꿈을 갈망하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플레이랜드'(Playland), '마더스 그룹'(Mother's Group), '슬립 앤 풀 스위머'(Sleep and Pull Swimmer), '그리팅 더 선'(Greeting the Sun)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브래드퍼드의 작품들은 유머와 비애, 친밀함과 고독이 공존하는 특유의 정서적 풍경을 묘사하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종종 비현실적인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들의 표정과 몸짓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담고 있다.

캐서린 브래드퍼드의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12일까지 이어진다. 그의 예술은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삶의 어떤 단계에서든 용기를 내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의 '하늘을 나는' 인물들이 현실의 무게에 지친 현대인에게 비현실적인 자유로움과 깊은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남은 전시 기간 동안 갤러리현대를 방문하여 캐서린 브래드퍼드의 꿈같은 세계를 직접 경험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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