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사진은 행정이자 역사다]
사진가 이정범은 반세기 넘게 안양의 변화를 기록해 온 사진기자이자 기록자다.
유원지 영업사진사로 시작해 안양시청 사진기사로 근무하며 그는 도시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는 78세가 된 지금도 사진을 정리한다.
책장과 앨범, 하드디스크 속에 흩어진 수만 장의 사진을 연도별·분야별로 분류하며 기억을 되살린다.
“내가 하지 않으면, 이 자료들은 사라집니다.”
그에게 사진은 끝난 일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현재형이다. 이정범 사진가로부터 기록의 의미와 사진 한 장의 힘에 대해 알아본다.
■ ‘우리안양’에 사진을 기록한 이유
Q. 지난 27년간 ‘우리안양’에 안양의 과거와 현재 사진을 올린 이유는?
A. 우리안양지(誌)는 안양시의 시정을 알리는 홍보지이며 안양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소개하는 안양의 대변지입니다. 안양에 터를 잡고 살면서 안양의 현재를 아시는 분들도 많지만, 지난 과거의 안양을 아시는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27년간 "안양의 어제와 오늘" 지면에 안양의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을 비교하며 자세한 설명을 첨부해 시민들로부터 많은 성원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2026년 2월부터 우리안양지의 "안양의 어제와 오늘" 난이 폐지되어 더 이상 게재할 수가 없게 되어 아쉽지만, 앞으로 어느 방송이나 매체든 기회가 온다면 새로운 사진과 알찬 기사로 다시 안양 시민들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안양광역신문 "이정범의 추억 속의 안양"에 2015년 4월3일 1회를 시작으로 2026년 2월13일까지 500회에 걸쳐 안양의 옛 모습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Q. 사진으로 변천사를 보여주는 작업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A. 우리는 옛날이나 과거로 돌아갈 수 없어도 사진을 통해 과거사를 회상해 볼 수는 있습니다. 과거 안양의 모습을 한 눈으로 확인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사진밖에 없습니다. 옛날 사진 한 장에는 많은 이야기가 서려 있고 사연이 있으며 추억이 있습니다. 하찮은 옛날 사진 한 장이라도 그 시절 사연을 들어 보면 안양의 소중하고 각별한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옛 사진 한 장 한 장 복원하는 것도 나의 천직이자 사명감입니다.
■ 사진 한 장이 가진 힘
Q. 글이 아닌 사진으로 기록할 때만 기능한 것이 있다면
A. 사진은 글과 달라 중요한 장면의 순간을 놓치면 다시 촬영할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습니다. 중요 행사에서 주제의 순간을 놓쳐버리면 행사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축구 경기나 농구, 아이스하키 등 스포츠 경기를 촬영할 때도 장소와 위치를 적절하게 선택해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촬영해야 합니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사진을 찍어야 할지 말지 판단하여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모든 사진이 그렇지만 사진기자는 보도사진에 쓸 건지. 기록사진에 쓸 건지 판단하여 용도에 맞게 촬영해야 합니다. 사진은 글과 함께 중요하며 한 장의 사진으로 그 사건의 내용을 식별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촬영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Q. 시민들이 사진을 통해 안양을 다시 보길 바라는 마음이 있으신가요?
A. 시민들 누구나 안양 옛 사진을 보면 과거 안양을 기억하실 겁니다. 안양은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안양역이 생기면서 발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6.25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고 1950~70년대 공업 지역이 되면서 급성장한 도시입니다. 이런 과정이 이번 안양시에서 발간된 안양시사(安養市史) 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도 이번 안양시사 제작에 참여해 사진 촬영과 안양 과거 사진을 선별 제공하여 미약하나마 안양시사 제작에 일조했습니다. 옛 사진 한 장이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 보게 합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
Q. 지금까지 찍은 안양 사진 중 기억에 남는 한 장을 뽑는다면.. 그 사진에는 어떤 이야기와 감정이 담겨 있나요?
A. 제가 촬영한 안양 과거 사진 중 기억에 남는 사진이라면 현재 만안구청 로비에 3단으로 게시된 안양 읍내 전경 사진을 뽑겠습니다. 이 사진은 1968년 안양유원지 입구에 서 있던 유유산업 여공들의 요청으로 망해암으로 출사 촬영 나갔다가 우연이 촬영한 사진으로 장롱 속에 보관해서 1977년 수해를 겪고도 살아남았습니다. 게시되어있는 사진이 3단으로 3가지인데 첫 번째 사진은 1968년, 두 번째 사진은 1991년은 제가 찍은 사진이고. 세 번째 사진은 2000년대 만안구청 사진기사가 촬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사라진 풍경. 남겨진 기억
Q.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안양의 장소 중 꼭 기억되길 바라는 곳이 있다면?
A. 안양유원지 뽀드장이 제일 잊지 못하며 기억에 남는 곳입니다. 유원지 계곡을 막아 조성했던 뽀드장은 그리 넓지는 않았으나 젊은 남녀들이 즐기던 놀이 시설이었습니다. 20여 대의 뽀드가 운영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며 주변 경치가 빼어나 기념 촬영 명소로 유명했고,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였습니다. 봄·여름·가을이면 뽀드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볐고, 겨울이면 꽁꽁 언 뽀드장이 스케이트장으로 개장됐습니다. 스케이트 날을 갈아주고 후끈하게 모닥불을 피어놓고 따뜻한 국물을 마실 수 있는 매점도 운영되어 겨울의 참맛을 느끼던 멋진 곳이라 지금도 그 지역을 지날 때는 옛 모습이 떠오릅니다.
Q. 도시개발과 변화 속에서 사진기록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안양은 급속하게 획기적으로 발전을 이룬 도시입니다. 포도의 고장 안양이 공업지대가 되고 기름진 논밭은 개발에 밀려 주택 단지가 되었으며, 안양의 곡창지대였던 평촌 들녘은 초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신도시로 변해 버렸습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도시를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사진밖에 없습니다. 사진은 변화해 가는 도시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하여 보존해야 하며 왜곡되지 않고 사실이 담긴 사진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 78세 여전히 기록하는 이유는?
Q. 지금도 사진을 정리하고 기록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직업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안양 지역뿐만 아니라 산과 들, 고궁·유원지·바닷가 등 여러 장소를 기회만 되면 운동 삼아 카메라에 담습니다. 책장과 앨범에 두서없이 보관된 자료들을 연도별 분야별로 정리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촬영했는지 알 수도 없고 기억도 안 나는 사진도 발견되어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아니면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도 없고, 나이를 먹었어도 아직은 분별할 능력이 있으니, 기억을 되살려 열심히 자료를 정리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Q.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과거가 된다는 생각을 하시나요?
A. 사진은 촬영하기는 쉽지만 보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필름으로 촬영하여 필름 값과 사진값이 많이 들어 마음대로 촬영하기 어려웠으나 요즈음은 디지털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쉽게 촬영하여 컴퓨터에 저장하니 간편합니다. 그러나 영구 보전하려면 연도별 분야별로 분류 기록한 후 저장하여야 합니다. 사진은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는 옛 사진이 됩니다.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하듯이 지난 과거도 중요합니다. 과거는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진은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다음 회
사진가 이정범은 안양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우리안양’에 지난 27년간 기고해 기록사진의 가치를 알려왔다. 다음 마지막 회에서는 기대하는 ‘안양의 내일’과 사진가로서의 소회를 담는다.(첨부사진 이정범 사진가 제공)
■ 사진가 이정범 (Profile)
사진기자이자 기록사진가.
1960년대 후반 안양에 정착해 안양유원지 영업사진사로 활동했으며, 이후 안양시청 공보실 사진기사로 27년간 근무하며 안양의 주요 순간들을 기록했다.
행정자치부 장관상, 경기도지사상, 안양시장상 5회 수상.
경기도관광협회 관광사진공모전 장려상(1974)·우수상(1976), 안양사진공모전 특선(1998), 의정부사진공모전 대상(2002), 경기도 포토제안공모전 금상(2002)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안양옛사진전」(2000)을 비롯해 시민축제 안양옛사진전(2005·2010), 우리안양지(1999~2026) 등을 통해 안양의 어제와 오늘을 시민들에게 소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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