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정부 주도 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베이징의 기술 자립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딥시크는 기업가치를 약 500억 달러(약 72조 5000억원)로 평가받으며, 서방의 기술 통제에 맞서는 중국 AI 산업의 국가 대표급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7일 관련 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딥시크는 최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이며 일부 투자자들과의 논의에서 기업가치를 500억 달러 수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과 몇 주 전 논의되던 100억~300억 달러 범위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최근 딥시크가 보여준 기술적 성과와 전략적 가치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국가 AI 산업 투자펀드 주도... 'AI 굴기'에 화력 집중
이번 투자에는 약 88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보유한 중국 '국가 인공지능 산업 투자펀드'가 참여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딥시크는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R&D) 강화와 컴퓨팅 인프라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며, 높은 기업가치 산정을 통해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주식 보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초 딥시크가 서방 경쟁사 대비 극히 적은 비용으로 강력한 모델을 구축하며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한 이후, 이 회사를 국가적 챔피언으로 대우해 왔다.
특히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자국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계획에서 딥시크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탈(脫) 미국 기조 선명... 화웨이 등 국내 기업과 밀착 행보
딥시크는 최근 공개한 플래그십 모델 'V4'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해당 모델은 엔비디아의 하이엔드 칩을 사용해 학습되었으나, 개발 과정에서 화웨이 등 중국 내 반도체 공급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의 칩 수출 차단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회로 해석된다.
딥시크 측은 V4 모델이 지난해 말 출시된 미국의 최상위 제품들과 대등한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앤스로픽의 '클로드 4.6 오퍼스' 등 올해 출시된 최신 미국 모델과 비교하면 특정 분야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함을 인정했다.
투자자들은 딥시크의 신규 모델이 중국 내 공장 자동화 및 사무 자동화 등 산업 전반의 AI 도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수익성 불투명에도 '국가 전략 자산' 가치 인정
딥시크의 주요 모델은 오픈 소스로 공개되어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구조다. 회사는 컴퓨팅 인프라 접근 권한을 판매해 소규모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 능력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딥시크가 중국 산업계와 맺고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가 결국 막대한 수익 모델로 연결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미 중국 내 다른 AI 기업들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즈푸(Zhipu) AI는 시가총액 약 500억 달러를 기록 중이며, 미니맥스(MiniMax) 역시 300억 달러 수준의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당초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외부 간섭을 피하고자 정부 자금 유치를 거부하고 개인 자산에 의존해 왔으나,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정부의 기술 자립화 기조에 동참하기로 선회했다.
▲ 美 투자 차단 및 규제 강화... 중·미 기술 패권 전쟁 격화
중국 정부는 AI를 비롯한 전략 기술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당국은 자국 AI 개발사들에 정부 승인 없는 미국 투자 유치를 금지했으며, 이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투자 제한 조치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기반이지만 중국계 뿌리를 둔 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를 메타(Meta)가 인수하려는 시도를 베이징 당국이 직접 차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술 자립을 향한 중국의 공세적 투자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AI 시장은 미국 중심의 독주 체제에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자국 기업들과의 치열한 대결 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딥시크에 대한 이번 대규모 투자는 그 대결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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