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국 반도체 지수 RSI 85.5 돌파하며 닷컴버블 이후 최고 과열 신호 포착

김영 기자
미국 반도체 지수 RSI 85.5 돌파하며 닷컴버블 이후 최고 과열 신호 포착
©연합뉴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월 말 이후 64% 폭등하며 2000년 닷컴버블 정점 수준의 기술적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 상대강도지수가 85.5를 기록한 가운데 반도체 업종이 S&P 500 지수 시가총액 상승분의 70%를 독식하며 시장 전체의 변동성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시의 주도권이 특정 기술주로 급격히 쏠리면서 자산 가격의 포물선형 상승에 따른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 보도를 통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지난 3월 말 이후 64% 상승하며 같은 기간 17% 오른 S&P 500 지수 수익률을 압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공지능 산업의 팽창이 실물 경제를 넘어 금융 시장의 쏠림 현상을 극단으로 몰고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별 종목의 상승세는 일반적인 시장의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양상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마이크론과 AMD가 각각 138%, 129% 급등한 가운데 인텔은 193%에 달하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러한 급등세는 단순한 반등을 넘어 업종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자본 지출이 반도체 수요를 폭발시킨 것이 이번 랠리의 핵심 동력이다. 엔비디아에서 시작된 투자 열기가 메모리와 설계 등 업종 전반으로 확산하며 반도체 생태계 전 영역에서 강력한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닌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스티브 에드워즈 선임 투자전략가는 "펀더멘털과 기술적 스토리가 동시에 맞물려 열정적인 투자자 기반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의 강력한 시장 에너지가 단기적으로 모멘텀을 지속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낙관론의 이면에는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기술적 지표 측면에서는 26년 전의 닷컴버블 붕괴 직전과 유사한 위험 신호가 구체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주간 상대강도지수는 85.5를 기록하며 과매수 구간의 극단에 도달했다. 이는 통상적인 과열 기준인 70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시장의 과열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해당 수치는 2000년 3월 닷컴버블이 정점을 찍었을 당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록되어 시장 참가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자산운용사 체이스 인베스트먼트 카운슬의 피터 터즈 대표는 "포물선형 급등을 볼 때마다 시장이 너무 들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위험 관리 차원에서 퀄컴 주식 일부를 매도하며 현금화에 나섰다.

시장의 하락 가능성에 베팅하는 전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며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는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에 대한 풋옵션 포지션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반도체 업종의 현재 밸류에이션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전략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종의 과도한 지수 비중은 이제 미국 증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S&P 500 지수 내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종목 19개의 비중은 18%에 달해 개별 업종의 조정이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구조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대외 충격에 대한 증시의 복원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기관 전문 중개업체 조인스트레이딩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S&P 500 지수가 추가한 시가총액 5조 1,000억 달러 중 70%가 반도체와 메모리 주식에서 발생했다. 마이클 오루크 수석 시장전략가는 "반도체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 만큼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시장 전반에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수의 질적 구성이 특정 분야에 편중된 것에 대한 우려다.

반면 반도체 산업의 실적 성장세가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여전히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64% 증가한 1조 3,000억 달러에 달하며 기업들의 이익 역시 95%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초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산업의 기초 체력이 강화되었음을 시사한다.

베이커애비뉴 웰스 매니지먼트의 킹 립 수석 전략가는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수년에 걸친 자본 지출 사이클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 관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장기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한 매우 흥미로운 국면으로 정의했다. 즉 현재의 고평가 논란은 성장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진통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향후 시장은 인공지능 투자의 실제 수익성 전환 여부와 기술적 과열 해소 과정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역사적 고점에 도달한 지표들은 조정의 명분을 찾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 발표와 거시 경제 지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자본 시장의 질서 유지를 위해 과도한 쏠림에 대한 경계와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반도체#지수#RSI#85%
미국 반도체 지수 RSI 85.5 돌파하며 닷컴버블 이후 최고 과열 신호 포착 : 글로벌 : 재경일보